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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매일경제] 남중국해 도발나선 中…베트남 내 韓 입지는 더 올라갈까?2020-04-21 13: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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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중국해 피어리 크로스 암초 /사진=EPA연합 

[신짜오 베트남-86] 적어도 최근 한두 달간 베트남 언론의 톱뉴스는 코로나19였습니다. 코로나19 환자 현황, 코로나19가 바꾼 세상, 코로나19가 촉발한 외교 문제, 코로나19로 인한 산업 피해 등 뉴스의 거의 대다수는 코로나19 이슈에 잠식돼 있었습니다(한국 언론 역시 크게 다를 게 없었습니다만은).

그런데 최근 코로나19를 밀어내고 톱뉴스에 오른 이슈가 새로 발생했습니다. 중국의 남중국해 도발입니다. 최근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에 2개의 행정기관을 설치했습니다. 중국 기준 하이난성 싼사시 산하에 시사(西沙)구와 난사(南沙)구를 설치한다고 공식 발표한 것입니다.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 비유하자면 일본이 독도를 관할하는 행정기관을 설립한다고 발표한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중국과 영유권 다툼을 벌이는 동남아 국가 입장에서 그렇게 느낄 수 있다는 얘기가 되겠습니다).

중국은 2012년 이 일대 섬을 관장하는 싼사시를 만들어 주변국과 본격적인 갈등 국면을 만들었습니다. 그게 총론이었다면 이번 건은 각론입니다. 그 밑에 구를 추가해 세분화된 행정구역까지 만들어낸 것입니다. 전 세계가 코로나19로 정신이 쏠린 사이에 기습작전을 펼친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중국 입장에서는 이 일대 섬을 중국 영토라고 생각하는 만큼 아예 본격 관리에 나서며 국제적으로도 영유권 주도권을 본격 쥐겠다는 심리가 담겨 있습니다.

지난 14일 베트남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중국이 자국 해안 경비함과 해양탐사선을 진입시킨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어수선한 사이에 베트남과 의도적 갈등을 유발하는 것입니다. 이보다 앞선 2일에는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인근 해상에서 중국 선박이 베트남 어선과 충돌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사태로 베트남 어선은 침몰했고 배에 타고 있던 베트남 어부 8명은 억류됐습니다. 근처에 있던 베트남 어선 두 척이 구조에 나섰지만 그 배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억류를 피하지 못했습니다.

일단 이번 사태를 보는 미국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중국이 불법적인 해상 영유권을 주장한다는 입장입니다. 더 이상 주변국과 마찰을 일으키지 말라고 국무부 대변인이 직접 공식 입장을 발표했을 정도입니다. 이전부터 중국과 무역갈등을 빚던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를 놓고서도 중국과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일컬어 '중국 바이러스'라 부르고 그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그것은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라고 잘라 말할 정도입니다. 미국은 중국이 자꾸 패권국가 흉내를 내며 인근 국가들과 말썽을 빚는 모습이 탐탁지 않습니다.

당사자인 베트남 정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습니다. 코로나19를 밀어내고 뉴스 톱 페이지에 올랐을 정도이니, 한국으로 치면 얼마 전 끝난 총선 결과에 비유될 만한 메가톤급 이슈라 볼 수 있습니다. 베트남은 역사적으로 중국과 사이가 좋지 않습니다. 1970년대 베트남 북부에서 중국과 영토싸움을 벌이며 전쟁 직전까지 간 적도 있습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으면서 중국계 자본이 그다지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몇 안 되는 나라 중 하나일 것입니다. 그 빈자리를 한국 기업이 메워 베트남 국내총생산(GDP)의 약 25%를 한국 기업이 담당할 정도이니 그동한 한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중국이 없어 힘을 펼 수 있는 기회의 나라였습니다. 마침 코로나19 여파로 한국과 베트남 사이가 예전 같지 않다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행보가 궁금했는데, 중국은 유화책보다는 강경책을 빼든 형국입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이번 사태를 중국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는 모양새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에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여론이 중국에 호의적이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미국의 동맹인 한국 역시 진의가 무엇이든 간에 적어도 중국 편을 들기는 힘든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평소 같으면 이번 기회를 토대로 한국은 베트남에서의 경제 영향력을 더 강화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사실 최근 1~2년 사이에 베트남 북부 박닌(삼성전자 공장이 있는 곳입니다) 등에 중국 자본이 봇물 터지듯 밀려오는 모습이 관측됐습니다. 거대한 '돈 보따리'를 들고 온 중국이 베트남에서도 본격 영향력 확대에 나설 거란 의견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베트남 내 반중(反中) 정서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이번 사태로 중국 자본의 베트남 진출 속도는 한풀 꺾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자존심 강한 베트남 정부가 속도 조절에 나설 것이니까요. 그럼 그만큼 한국이 반사이익을 봐야 하는데, 무척이나 썰렁해진 양국 관계를 고려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예상하기가 애매해진 게 사실입니다.

요새 베트남을 호의적으로 보던 많은 한국인들이 고개를 좌우로 젓고 있습니다. 멀쩡하게 날아가던 항공기 기수를 끝내 돌리게 한 사건은 확실히 파급효과가 컸습니다. 얼마 전에는 한국 격리 방침을 어기고 밖으로 돌아다닌 베트남 국민 몇 명이 추방 명령을 받기도 했지요.

물론 베트남 국력이 더 커진 미래에는 또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베트남은 한국이 놓쳐서는 안 될 나라입니다. 일본계가 꽉 잡고 있는 동남아 전역에서 한국이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거의 유일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베트남을 축으로 아세안 국가 전역에서 한국이 일본에 비벼볼 만큼 성장하려면 일단 집토끼인 베트남은 잡고 가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잘잘못을 떠나 베트남과 한국이 멀어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한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베트남 입장에서도 한국과의 '정서적 거리 두기'가 이득보다는 손해일 게 분명합니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이라도 선전해준다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돌파구는 무엇이 될 수 있을까요. 예전처럼 베트남 대도시 거리 곳곳에 태극기와 금성홍기가 함께 나부낄 수 있을까요.

[하노이 드리머(홍장원 기자)]